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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교수의 뉴 씽킹

위로가 필요한 시간,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조의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상처를 자꾸 들춰내는 것 같아 망설였다. 나의 트라우마도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5년초 인도네시아에 대형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나는 대한의사협회 긴급구호단을 이끌고 반다아체에 갔다. 5일째 한국을 떠나 7일째 현장에 도착했다. 우린 인도네시아 의사회의 도움으로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참담했다. 도시의 절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여기저기 사체가 부패하는 냄새가 진동했다. 도로며 마당이며 바닷물에 밀려온 흙더미 속에서 사체를 찾아내기 바빴다. 찾아진 사체들은 누구인지 확인할 것도 없이 검정비닐에 넣어 도로 한켠에 쌓아두면 거대한 트럭들이 어디론가 옮겨가고 있었다.충격적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달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끔은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멍하게 앉아있곤 했다. 이런 증상들이 PTSD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현지에서는 아동들을 위한 정신건강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정작 의료단이었던 나도 PTSD에 시달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질 못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나도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나는 내가 그 트라우마를 극복했는지 아니면 그런 트라우마로 다른 행동특성이 생겼는지 잘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그 장면 장면들이 영화처럼 기억 속에 남아있다가 어떤 기회에 생생하게 재생된다는 것이다.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다. 애써 의미를 부여해 보지만 힘든 기억들임에 분명하다. 이태원 참사의 현장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게 되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 앞이 넘어진 줄 모르고 인파에 끼여 있던 사람들, 끼인 사람들을 빼낸 사람들, 그들을 옮긴 사람들, 심폐소생술을 하던 사람들, 그들을 지켜본 사람들. 의대생들도 처음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충격적인 경험이다. 하물며 일반인들이 사망자가 많은 재난현장을 목격하는 것, 그것을 영상으로라도 목격하는 것은 더욱 충격적인 경험일 수 있다. 이런 충격적인 경험의 회복은 어떻게 가능할까? 반다아체 진료소에 찾아왔던 한 환자가 기억 난다.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가족 9명을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했다. 2주일동안 식사를 못했다고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의사 앞에서. 나도 눈물이 났다. 한참을 듣고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와 함께 비타민 한박스를 건넸다. 그 분은 연신 고맙다며 돌아갔지만 내 가슴 속에는 잊혀지지 않는 환자로 남아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 들어줄 사람, 위로해 줄 사람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말이 꼭 통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절실했던 것 같다. 그 환자에게 나는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준 의사로 기억될 것이다. 나에게 이 환자는 나를 치유하는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함께 극복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것 같다.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대책으로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확대하고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꼭 필요한 일이다.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영상을 한번 본 것만으로도 자꾸 떠오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적극적으로 연락해서 상담을 받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이나 경찰관이나 의료진이나 그들도 예외가 돼선 안된다. 책임추궁을 앞세우다가 그들도 입은 상처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누군가는 정치적 책임을, 누군가는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장에서 출동한 대원들의 상처와 충격 그로 인한 PTSD까지 외면돼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공무원이나 의료진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서 보다 적극적인 발굴과 치료를 계획해야 한다.인도네시아 쓰나미가 지나간 후 5년이 지나서 반다아체를 다시 방문했다. 수천명의 집단 매장지가 그 때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반군과의 전쟁은 평화협정으로 중단되었고, 시내에는 피자헛이 생겨 있었다. 주립병원은 새로 지어졌고 반다아체는 모든 면에서 새롭게 재건 중이었다. 그들이 새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이 되고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바뀌는가를 경험하는 것은 그것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치유가 된다.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2022-11-14 05:30:00오피니언
권용진 교수의 NEW 씽킹

필수의료, 전공의 없는 1인실 병원에서 시작해야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윤석렬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의 키워드는 ‘필수의료’였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논쟁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새정부의 정책과제에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으니 국감에서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의과대학 증설과 공공병원 강화’가 주였다. 원인분석을 제대로 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사실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국감에서 사용된 개념은 기존의 공급이 부족해진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필수의료를 공공의료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개념과 원인분석이 명확해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그런 지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사실 필수의료 공급부족은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수요의 변동에 따라 서서히 일어난 일이다. 인구가 줄고 질병구조가바뀐 것이 큰 이유이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치료법이 바뀌는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에 맞게 공급체계를 조정했어야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수요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공급망 구조와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은 전략으로 정부가 지원하면 된다. 이게 기본방향이다. 오히려 이런 주문에 더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환경의 변화’다. 대책이 마련되고 시행되고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이상은 걸릴 것이다. 지금이 엄청난 변화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 그 변화를 대책에 녹여내야만 한다. 한국의료의 혁신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면 다음 두 가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인실 병실’을 없애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군대 내무반 같은 병실에서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고 잠을 자야한다는 말인가?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보호 논쟁이 한창인 이 시대에 가장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는 곳이 병원 다인실이다. 선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지 않는 정책이다. 다인실 폐지를 전제로 인력 수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다인실이 폐지되려면 현재 병원들의 병상을 줄이거나 신축해야 한다. 그 비용은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에 맞춘 인력기준으로 필수의료 인력 논의가 돼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둘째는 전공의 없는 병원이다. 전공의는 의사지만 피교육자다. 필수인력이 아니다. 전공의가 없어도 병원은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전공의 교육에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자들이 진료 외에 교육에도 시간을 써야 하고 그들의 부족함을 감시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전공의는 병원의 필수인력이다. 전공의가 없으면 대학병원의 입원도 수술도 불가능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공의의 유무에 따라 할 수 있는 수술과 없는 수술이 결정된다는 점이고 입원시킬 수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공의는 피교육자로 한 병원에서 4년동안 수련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미국처럼 연차별로 다른 병원을 돌아다니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미국에 가서 1,2년 배우고 오는 것도 허용될 필요가 있다. 전공의 노동의 대체구조가 더 큰 쟁점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입원전담전문의와 전공의 정원의 확대와 그에 따른 의사인력의 증원 아니면 전문간호사의 활용이 대안이다. 이런 변화를 전제로 상상을 한다는 것이 다가오지 않을 미래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7월 OECD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일본 다음으로 가장 길다. 자살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강지표는 상위권이었다. 수십년 만에 이런 건강성과를 이룬 나라는 없다. 적은 재정으로 이만한 성과를 이뤘다면 의료계나 정부나 모두 칭찬받을 만하다. 이제는 국민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의료체계의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다. 수요변화로 촉발된 필수의료 논쟁이 그 대책을 쉽게 마련하지 못하는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의사나 간호사나 그 어떤 병원 종사자도 더 이상 ‘국민의 건강지표 올리기’에 자신의 삶을 갈아 넣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진 대한민국의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다. 5년후 10년후에도 3-4명이 한방에 입원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갈등이 불가피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긴 안목으로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의료계도 선택을 해야 한다. 기승전 수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2022-10-17 05:30:00오피니언
권용진 교수의 NEW 싱킹

바이오 연구소로서의 병원, 의사 고용형태 다양화해야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병원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아니 진료 외에 어떤 것들이 활성화돼야 할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RNA, DNA 백신이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바이오산업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전력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간 바이오산업이 제약산업 수준으로 이해되고 있었다면,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건강안보(Health Security) 위협 이후 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세계 각국은 바이오산업 발전에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가장 앞서 있고 중국, 이스라엘과 우리나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바이오가 얼마나 중요한 부문인가를 잘 보여준다. 현재 미국 바이오 산업의 가장 핫 플레이스는 '보스톤 바이오클러스터'이다.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이 클러스터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구성과를 기업과 연결시켜주고 임상시험을 통해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조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버드의대와 MIT공대 등의 축적된 연구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핵심기술이 있고 기업과 연결이 가능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곳에 투자가 모여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큰 차이가 있다. 바이오는 화학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제약산업과 달리, 세포, 유전자 등 생물학적 기반 위에 데이터, 정밀기계 등의 공학기술이 합쳐져 새로운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산업이다. 제약산업에 비해 복잡하고 인체를 기반으로 한 연구이다. 이렇다보니 병원에서의 연구와 공학분야 등 다학제 분야와의 협력이 성공의 관건이 된다. 물론 우수한 인재와 축적된 연구역량은 기본이다. 이런 인프라가 있다고 할 때, 병원에서 다학제간 협력연구가 성과를 창출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병원 소속의사 연구자들이 진료 외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그들의 창업이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공학분야 등의 다른 분야 전문가들도 병원에서 쉽게 연구가 가능해야 한다.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첫번째 문제다. 건강보험 하에서 병원의 진료수익으로 경영을 해야 하는 병원경영자 입장에서는 의사들의 진료시간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의사들의 진료시간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한 의사가 진료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을 연구에 할애하고자 한다면, 병원은 그 절반의 시간에 진료를 할 다른 의사를 구해야 한다. 검사실이나 수술실을 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진료를 절반만 하는 의사가 연구를 통해 진료수익만큼의 수익을 창출한다면 좋겠지만, 연구가 실용화되고 그 수익이 병원 수익으로 반영되기 전까지는 어려운 일이다. 핵심 문제는 진료를 절반하고 연구를 절반하는 의사들의 인건비 문제다. 국공립이나 사립이나 할 것 없이 전임교원들은 공무원법 제64조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에 따라 허가없이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국립대병원은 별도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내용을 정관에 두고 적용하고 있다.이 규제는 교수 및 다른 연구자들에 대한 고용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병원의 연구기능이 산업으로 빠르고 쉽게 연계되는 걸림돌이 된다. 어떤 교수가 풀타임 교원이지만, 진료를 이틀 만하고 3일은 연구에 정진하거나 바이오기업을 창업하는데 사용하고자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본래 업무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일정시간내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클러스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상당한 시도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하버드의대나 MIT공대의 연구역량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축적된 역량이나 연구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목적에 따라 일할 수 없는 교수들의 경직된 고용형태가 근본적인 문제다.    해방이후 급속성장을 이어온 우리 사회는 지난 20여년간 반부패, 투명화라는 근대사회의 과제를 빠르게 해결하면서 발전해 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속도가 붙은 4차 산업혁명은 훨씬 빠른 속도로 혁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혁신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움을 동반하겠지만, 늦추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국가의 차세대 일자리와 먹거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에 대한 다양한 고용계약을 허용함으로써 교수들이 바이오전략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시대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장소를 넘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연구소로서 기능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2022-09-19 05:00:00오피니언
[권용진 교수의 NEW 싱킹]

세모녀 사건 방지하려면 원내 사회복지사는 필수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영정사진조차 없었다’는 기사가 안타까움과 슬픔을 넘어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8년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지키지 못했고 사회 공동체 또한 그들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의 죽음이 짙은 향이 되어 담을 넘고 난 뒤에야 ‘우리사회’가 비로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시스템을 점검해 보자.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정비되었다. 그럼에도 수원 세 모녀가 12만명의 위기발굴대상에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34종의 위기정보의 종류가 타당한 지는 여전히 문제다. 혹자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를 늘리면 위기가정을 더 잘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원인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점이 개선된다고 질병 문제가 동반된 빈곤 가정의 자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병원비와 월세를 내가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고 있던 사람들, 누군가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들을 신청주의 복지제도가 찾아낼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발굴돼 긴급복지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질병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이 나아졌을 거라 보긴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두 사건은 의료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경우, 어머니가 팔이 부러져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 극단적 선택의 직접적인 계기였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는 희귀병 아들의 죽음으로 더 큰 경제적 위기에 몰린 듯 하다. 유서에 건강문제로 힘들다는 얘기가 있기도 하다. 이렇듯 의료문제는 계층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가구주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거나 장애를 갖는 경우 빈곤으로 진입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주장도 아니다. 소득이 낮은 가정에게는 몇 천원인 병원비도 큰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사회 사회복지사들은 지원대상자들의 의료문제를 늘 마주하게 된다. 2013년 한 지역 사회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3%의 사회복지사가 대상자들의 의료문제에 대한 개입상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63%는 해결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치료비를 지원하고 싶어도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강제로 모시고 갈 수도 없고, 복지수급자로 혜택을 받으려면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와 같은 증명이 필요한데 이 또한 병원을 방문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이는 세 모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병원은 위기가정을 찾아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자살시도자들의 경우 가족과도 연락을 단절한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병원에는 다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니 의료와 복지는 발굴에서 서비스까지 모든 단계에서 밀접한 연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서울시립 북부병원에서 시작해, 지난해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보건의료복지 연계 301네트워크’사업이 좋은 예다. 시작 당시 서울시 북부병원 전담팀에는 사회복지사가 5명이나 있었다. 200병상 규모의 병원에 비해 많은 숫자다. 이들은 의료문제로 의뢰된 대상자들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사회복지사들과 협업한다. 사회복지사 네트워크가 병원까지 확장돼 있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회복지사를 고용한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고용을 했다고 해도 그 숫자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들이 경제적 약자를 상담하는 것은 수가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이번에도 세 모녀 사건의 대안을 복지서비스에서만 찾는다면, 의료문제로 계층이 하락되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막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송파 세 모녀나 수원 세 모녀나, 그들이 마지막으로 진료받았던 병원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만처럼 100병상 1명이라도 병원에 의료사회복지사가 있었더라면, 그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상담할 수 있었더라면 세 모녀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지 모른다. 경직된 의료와 복지의 규범체계를 넘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의료와 복지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그 가교역할을 할 병원 내 의료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
2022-08-29 05:00:00오피니언

원격진료와 Second opinion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선생님. 병원 두 곳이 진단이 다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달에 지인에게 받은 전화다. "글쎄요. 환자 분이 판단하셔야 할 것 같아요." 환자는 결국 제3의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고 세 병원 중 두 병원의 견해가 일치하는 걸 확인하고서야 항암치료 결정을 내렸다. 누군가에게 중증질환이 진단된다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통째로 흔드는 일이다. 그래서 환자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행동이 '2차 의견(Second opinion)'을 구하는 것이다. 본능적이고 납득할 만한 행동이다. 우리나라에서 '2차 의견' 구하기는 보통 대학병원이나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이루어진다. 1차의견이 동네의원이나 동네병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대학병원급 이상에서 2차 의견을 구하고 싶어한다. 이런 대학병원까지 가려면 자가용으로 한 시간 내외, 지방의 경우는 두 시간까지도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접수하고 기다리고 진료는 3분,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견을 구하는 것만으로 긴 시간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의견이 명확하면 좋지만 애매한 얘기를 들으면 환자와 보호자는 다시 3차 의견을 구할 지 고민해야 하고, 다시 주변의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3차 의견 구하기도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다.이런 2차의견을 구하러 오는 환자들이 병원이나 대학병원 교수들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나를 전문가로 생각해서 찾아와 준 것은 고맙고 내가 전문가로서 어려운 자료들을 검토하고 내 의견을 얘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명이다. 그러나 초진환자들에 비해 2차의견을 구하러 오는 환자들은 많은 자료를 가지고 온다. 이미 검사한 기록도 많다. 당연히 궁금증도 많고 듣고 싶은 얘기도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진료기록을 짧은 순간에 검토하고 결정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강도 높은 일이다. 더군다나 '진료수가'는 같고 검사는 대부분 다른 병원에서 하고 오기 때문에 병원경영자들 입장에서는 수익에 기여하는 환자들이 아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병원들의 경우 수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근로자들의 급여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보험제도를 포함한 의료시스템이 '2차 의견'을 구하고자 하는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병원에게도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환자에게는 2차의견 구하기가 쉬운 방법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고, 의사와 병원에게는 그만큼의 적정한 수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얼마나 허용할 지는 사회적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  정책전문가들과 정부도 필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원격진료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일단 '2차의견 구하기 원격진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정의가 만들어 지고 수가가 만들어지면 환자는 병원에 접수하고 자신의 데이터를 업로드한 후 원격으로 의사를 만나면 된다. 굳이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 의사는 미리 올라온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고 적정한 수가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2차의견 구하기가 이루어진다면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 시스템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중증질환일수록 의사에게 설명도 들어야 하지만, 진료 전에 미리 간호사와 상담하는 시간, 진료 후에 설명간호사에게 보충설명을 듣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이건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병원 중 하나인 MGH나 스탠포드헬스케어에 속한 병원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2차의견 구하기'를 시행하고 있다.  IT인프라 강국인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온라인 진료서비스가 늦어질 이유는 없다. 특히 '2차 의견'은 대부분 추가검사 없이 자료 검토를 통해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청진이나 촉진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수준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 '2차 의견'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대학병원 국제진료센터들이 외국 보험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만 이루어진다면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다. 중후진국들의 경우 우리나라 수준의 분야별 전문가가 없고, 선진국의 경우 전문가 진료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원격진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의료시스템 전체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한국의료의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실현 가능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2-07-25 05:00:00오피니언

원격진료, 필요조건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성분과 효능이 같고 가격만 다르다면 그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의사일까? 약사일까? 소비자일까? 당연히 소비자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소비자들에게 그런 선택권이 있을까?원격진료를 받은 환자는 의약품 처방을 받으면 의약품 택배를 받거나 처방전을 출력해 근처 약국에 가서 약을 수령하게 된다. 의약품 택배가 제도화된다고 하더라도 의약품을 바로 투약해야 하는 환자라면 처방전을 출력해서 근처 약국에 갈 수밖에 없다. 현재는 보통 동네의원이나 병원이 사용하는 의약품을 근처 약국에 알려주고 약국들이 그 의약품을 구비해 놓고 있다가 조제를 해주지만, 원격진료가 된다면 모든 약국이 모든 약을 구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체조제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제도적으로 대체조제는 동일성분이라면 의사의 동의없이 할 수 있고 사후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은 소비자가 아닌 약사에게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약국에서 이 약 밖에 없다는 데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으로 변경하는데 왜 의사에게 통보를 해야 하는 지 논리적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약사 마음대로 처방보다 비싼 약이나 싼 약이나 가리지 않고 본인이 거래하는 제약회사 약으로 처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이 가격만 다르다면 그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 선택권을 환자에게 주는 것이 어려움이 있다. 한가지 성분에 대한 제네릭 의약품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약국이 한가지 성분의 여러가지 의약품을 구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의약품 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약국에서 약사가 선택하는 제약회사의 약을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사후통보를 하던 하지 않던 현행 대체조제 제도는 이런 허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약국이 동네 주변 병의원이 원하는 의약품을 구비해 놓고 조제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모든 의약품을 구비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대체조제는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행 대체조제의 허점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 대안이 바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다.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 중에서 모든 의약품을 구비할 수 없다면, 국민이 수용하고 동의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대체조제가 허용되어야 한다. 첫째는 동일성분 동일효능이 잘 지켜지는 지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는 약국에서 동일성분 동일효능 의약품군 중에서 가장 저렴한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환자는 정부가 동일성분 동일효과를 인증했다면 비싼 약을 먹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제된다면 사후통보는 필요 없다. 이런 제안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이미 스웨덴과 덴마크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1개월마다, 덴마크는 2주마다 최저가 제네릭을 공고하고 그 의약품에 대해서만 급여를 인정해 주고 있다. 동일성분이면서 동일효능이라는 것을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이하 생동성시험)을 통해 입증하지만, 한번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지속적인 감시정책이 없고, 제품별이 아닌 생산라인 별로 허가하는 위탁생동성시험이라는 제도가 운영 중인만큼 질 관리가 강력히 요구된다. 이런 생동성시험 질관리는 제네릭의약품의 동일효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체조제를 반대하는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생동성시험 질관리를 전제로 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는 원격진료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부가적인 정책효과가 크다. 제약회사는 약가경쟁을 할 것이고, 보험재정은 절감효과는 높아질 것이다. 원격진료 자체의 허용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격진료가 진정한 '원격'으로서 효과를 내기 위한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2022-07-18 05:00:00오피니언

원격진료라는 새로운 세상의 의료

메디칼타임즈=권용진 교수 컴퓨터 화면 속에 나타나는 의사는 진짜 의사일까? 내가 쓰고 있는 VR 고글 속 병원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의사는 진짜일까? 진짜라는 질문은 사람일까? 면허일까? 그들이 만약 사람은 아니지만 국가로부터 받은 면허가 있고 허가 받은 범위 안에서 질문과 처방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 의사'라면 어떨까?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빨리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미래가 타임머신을 타고 온 느낌이다. 마치 다른 은하계 다른 별에 사는 것 같다. 예전에 살던 지구에서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세상이 석기시대부터 계속되어 온 '편리해진 세상으로의 진화였다면, 새롭게 도착한 은하계의 디지털 세상은 모든 경제·사회의 구성 요소가 디지털화 돼있는 다른 세상'인 듯하다. 지구인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와 디지털 은하계를 오가며 살고 있다. 코로나가 지구인들을 강제로 디지털 은하계로 이주시켰지만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두려웠던 디지털 은하계 삶에 만족해 하는 눈치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도 디지털 은하계를 포기하고 지구에서만 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코로나가 가져온 이런 급격한 변화는 자연스럽지만 강력하게 지구의 법과 규범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원격진료가 그렇다. 코로나는 꼭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그것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시켰다. 물론 아직까지 원격진료의 부작용, 진단이 지연되거나 치료가 늦어지면서 생기는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는 없다. 그럼에도 지구인들은 코로나 완화세로 인해 병원에 갈 수 있음에도 여전히 원격진료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 트렌드는 정부와 국회가 생각하는 제한적인 원격진료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02년 허용된 의료인간 비대면 진료는 이미 의사-환자 간의 비대면진료 경험으로 규제의 의미를 잃었고, 2014년부터 시행되어 온 시범사업들의 결과로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 거동이 불편한 사람, 만성질환자 등으로 원격진료의 대상을 제한하자는 것도 지구인들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 발의돼 있는 강병원의원과 최혜영 의원의 법안도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것은 모두 과거에 기반한 현재의 문법으로 디지털 세상을 보는 얘기다. 규범은 경험을 앞서가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미래를 기반으로 규범의 틀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미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소비자의 원격의료 선호는 제한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환자들은 어떤 증상이 생긴다면 일차적으로 원격진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필요하면 대면진료를 추가로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일차의료가 원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것을 의미한다. 접근성, 지속성, 포괄성 측면에서는 좋아지는 점도 있을 것이다. 반면 원격 일차의료의 의학적 기능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진단을 위해 문진·시진·촉진·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을 활용했다면, 문진과 시진 그리고 간단한 자율검사 정보만으로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 이는 의학적 측면에서는 문진과 시진만으로 가능한 진료의 의학적 가이드라인을 요구한다. 그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을 포함한 의학교육 전반의 변화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의료공급체계도 변해야 하고 그에 따른 지불제도 마련돼야 한다. 이렇듯 디지털 은하계에서는 협진체계, 전원체계, 의료기관의 역할, 의료인의 역량 등 모든 것이 새롭게 구성되고 조직화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빠른 속도로 변하고 만들어져 가는 디지털 의료세상을 예측해서 틀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눈 앞에 보이는 위험으로부터 기본권과 안전을 지키고 법률의 체계정당성을 지키는 수준에서 입법적 보완을 해 갈수밖에 없다. 당장은 원격진료라는 진료행위가 청진과 촉진이 없는 통상의 진단을 수행하는 행위와 다르다는 점에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원격진료가 화상과 전화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인지, 전화진료만도 허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다. 전화진료에서는 시진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과정에 개입하는 기업들이 다루는 데이터 보관과 거래를 규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반면 의료정보 데이터들을 의료계의 경계를 넘어 복지 정보와 함께 결합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 필요도 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필수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다. 당장 필요한 것들을 조치한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헬스와 복지의 시대를 능동적으로 대처해 갈 조직이 필요하다. 정부행정조직이 아닌 ‘대한민국 헬스케어와 복지 5.0 위원회’와 같은 민관합동 위원회가 필요하다. 사회보장위원회처럼 법적 근거를 갖고 행정조직도 갖춰진 위원회여야 한다. 보고서 하나 쓰고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륙법 체계 내에서 기술발전에 불러 올 세상의 틀을 미리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대한 지식과 이성을 집단적으로 동원해서 상상 가능한 미래를 그려보고 그것이 기본권과 안전을 헤치지 않도록 최대한 허용하는 것, 그리고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함으로써 제도를 개선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 이런 노력들이 지속되다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혁신적인 의료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의 경험과 기술력이면 충분하다. 아니 우리나라의 의료혁신을 넘어 대한민국 면허를 가진 인공지능의사가 세계의 무의촌을 누비는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 이과 1등들로 구성된 한국의료계가 두려움과 이해관계를 넘어 세계로 미래로 통 큰 걸음을 해야 할 때다.  
2022-07-11 05:3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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